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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에서 나온 장비병 치료제, “맥북에어 M1”구입기 및 7개월 사용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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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에서 나온 장비병 치료제
맥북에어 M1”구입기 및 7개월 사용 후기

by Writer Luke

 


 

제품명 : 2021년형 맥북에어 
CPU : 애플 실리콘 M1(CPU 8core / GPU 7core)
SSD : 256gb
RAM : 8gb
가격 : 1,290,000원
구매일 : 2021년 1월 6일 (가로수길 픽업)
구매처 : 애플 공식 홈페이지

 

 

나의 맥북 라이프는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살면서 정말 많은 애플 기기를 만지며 살아왔지만 가장 의미있었던 제품은 2009년 손에 넣었던 13인치 기본형 맥북프로였다. 짧은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복학하면서 구입했던 것으로, 이후 이 모델과 2012년 레티나 맥북프로 고급형이 나의 대학과 대학원 생활을 함께 해주었기 때문이다. 

 

첫 2009년 맥북프로 13인치는 3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동안 사용했지만 그 다음 구매했던 첫 레티나 맥북프로 15인치 모델은 만 8년을 사용했더랬다. 8년이라니. 돌이켜보면 이 맥북으로 정말 많은 일을 했다. 과제, 발표, 웹서핑, 사진편집, 영상편집, 인터넷 강의 수강, 그리고 학사 논문과 대학원 석사 논문. 그리고 나의 첫 전자책 집필까지 맥북을 통해 이루어졌다. 

 

2012년 부터 2019년 까지, 8년간 한 모델을 사용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었더랬다. 전자제품은 비싼 값을 주더라도 가장 좋은 성능으로 사서 1년이라도 더 사용하는게 남는 선택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면서 8년간을 큰 불만 없이 레티나 맥북과 함께 했다. 

 

하지만 흐르는 세월은 어쩔 수가 없었다. 간단한 웹서핑만으로도 노트북 전체가 뜨겁게 달궈질 정도로 발열 관리에 어려움을 느끼게 되면서 기변을 생각하게 되었고, 결국 아이패드 프로 3세대를 들이면서 나의 과감한 실험이 시작되었다. 바로 아이패드로 맥북을 대체해보겠다는 야심찬 포부. 애플이 말했다. 당신의 다음 컴퓨터는 아이패드라고. 그래, 믿어보자. 지금까지 애플이 날 실망시키지 않았으니까. 

 

결과는 참담했다. 나는 아이패드로 맥북을 대체하지 못했다. 아이패드의 성능은 훌륭했지만 운영체제의 한계를 넘어설 만큼은 아니었다. 아이패드는 컨텐츠를 즐기거나 아주 간단한 작업을 하기에는 좋았지만, 자유롭게 생산적인 활동을 하기에는 제약이 너무 많았다. 파일관리, 인터페이스, 멀티테스킹 등 한계에 부딪힌 나는 결국, 2020년 말, 애플의 차세대 실리콘 M1 CPU를 탑재한 맥북의 출시와 함께 호기로웠던 실험을 포기하고 맥북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에어를 선택한 이유 : 나는 사실 그렇게 높은 성능이 필요하지 않다

 

나는 장비병이 심한 편이다. 취미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을 때, 니콘의 보급기로 시작해서 시그마와 후지필름을 거쳐 마이너한 그들만의 세계 라이카까지 가서야 겨우 멈출 수 있었다. 

 

컴퓨터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동하면서 사용하는 맥북의 경우 2012년형 레티나 맥북으로 8년을 보냈지만, 집이나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기기는 2014년 원통형 맥프로와 2017년형 아이맥프로였다. 취미로 하는 사진 보정과 아주 가끔 하는 영상 편집이 핑계였지만, 사실 그냥 이런 기기가 갖고싶었던 욕심이 컸다. 원통형 맥프로의 영롱한 디자인과 아이맥프로의 빠져들듯한 짙은 색감에 매료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내가 하는 작업은 이런 고성능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내가 무슨 영상 전문가도 아니고… 기껏해야 취미로 하던 사진도 본업이 바빠지면서 손을 놓게 된 지 몇 년이 지났다. 과연 이런 소비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이런 큰 돈을 들여서 장비를 쌓아두는 것이 맞는 일인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었다. 

 

그러던 차에 애플에서 차세대 CPU를 발표했다. ARM 기반의 자체 설계 CPU M1을 탑재한 라인업을 구축하겠다는 발표. 그 장대한 계획의 첫 제품이 태어났다. 맥북프로 13인치와 맥북에어 13인치. 1차 출시국에 물건이 풀리면서 수많은 리뷰가 유튜브를 채워나갔다. 인텔 버전의 아이맥을 가볍게 누르는 M1의 성능은 엄청났다. 기본형만으로도 기존의 맥 라인업을 압살하는 상황에서, 굳이 더 많은 램과 코어 수에 욕심을 부릴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기존의 “가장 좋은 성능”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새로운 라인업 중 가장 저렴한 모델인 맥북에어 기본형을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운좋게 건진 가로수길 픽업 찬스

 

굉장히 추운 날씨에 코로나가 한창 기승이던 시기라 예약 없이 매장에 들어가기가 무척 어려웠다

 

나름 서둘러 판매 개시에 맞춰 구매를 했음에도 잠깐의 차이로 약 3주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렇게 몇 일을 몇 달 처럼 기다리다가, 우연히 공홈에서 당일 픽업 물량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주저없이 바로 구매버튼을 누르고 저녁에 가로수길에서 맥북에어를 픽업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취소물량 중 일부가 사전 예고 없이 공홈에서 매장픽업 물량으로 풀리곤  한다고. 맥북 액세서리나 보려고 들어갔다가 횡재했던 건지, 그렇게 예상보다 일찍 맥북에어를 손에 넣었다.

 

 

 

정말 엄청난 폭설이었다...

그런 나를 축하해주듯 이 날은 엄청난 눈이 내렸다. 그 축하가 너무 엄청나서, 온 도로가 마비되고 교통사고가 속출할 정도로. 저녁 8시에 압구정동에서 출발하여 새벽 3시가 다 되어 수원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뉴스를 보니 어떤 사람은 오전 10시가 넘어서야 겨우 퇴근을 마쳤다고. 이렇게 맥북에어와의 인연은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을 특별한 날이 되었다. 

 

 

내게는 차고 넘치는 성능

 

그리고 맥북에어와 함께 한 지 이제 7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많은 일을 맥북에어와 함께 했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가 하는 작업 수준에서 맥북에어는 조금의 부족함도 보이지 않는다. 

 

언제 봐도 깔끔한 애플의 패키징

 

충전기 안녕? 환경보호는 잠시 접어두자

 

왼쪽엔 썬더볼트 단자 2개, 오른쪽엔 3.5mm 이어폰 단자

 

첫 부팅에 이어진 초기 설정화면을 마주하면 새제품을 쓰는 실감이 난다

 

간단한 사진보정은 애플의 사진앱과 라이트룸 클래식, 그리고 RNI필름 앱을 이용한다. 본업이 글을 쓰는 직업이라 칼럼이나 에세이를 쓸 때 스크리브너 어플을 이용한다. 가끔 블로그에 올릴 간단한 동영상 클립(아이폰으로 찍은 4k 30프레임 영상)을 편집할 때도 있는데, 이럴 때는 아이무비와 루마퓨전을 이용한다(컷편집과 간단한 텍스트 삽입 정도의 작업이다). 그리고 취미생활로 사파리와 크롬을 이용하여 웹서핑을 하거나 넷플릭스, 유튜브의 콘텐츠를 스트리밍하여 보곤 한다. 음악감상은 멜론과 유튜브를 이용한다. 이 모든 작업에서 단 한 번도 맥북에어가 답답하다거나 버벅인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평범한 사용자가 느끼는 M1 맥북에어의 장점은...

 

 

1. 배터리

: 변강쇠도 이런 변강쇠가 없다. 맥북에어가 이정도의 배터리 수명을 보여주면, 대체 프로는 어느정도 수준인건지 가늠이 되질 않는다. 아침에 들고 나와서 하루 종일 밖에서 일정을 보내는 날에도 아직 배터리를 다 소진한 적이 없다. 가장 많이 썼을 때가 아마 15% 정도 남겨서 돌아왔던 때였는데, 그마저도 1시간 이상 더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맥북을 이용한지 이제 13년 차인데, 처음으로 충전기를 단 한 번도 들고 나가지 않는 맥북이 되었다. 

 

2. 선을 넘는 성능

: 실사용 영역에서는 6배가 넘는 금액을 주고 산 아이맥프로보다 나은 수준이다. 아이맥프로가 워크스테이션으로서 뛰어난 성능보다는 안정성에 더 무게를 둔 기기인 것은 맞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수준의 사용에서 체감되는 성능차이는 슬플 정도다. 유튜브 시청이나 웹서핑 같은 간단한 작업에서의 응답성, 그리고 간단한 사진작업이나 영상 작업에서도 오히려 맥북에어가 편하다. 아이맥프로가 강점을 가질 때는 일정치 이상의 부하가 걸리는 큰 작업(이를테면 라이트룸에서 50mb정도 되는 사진을 수백장 export해야 하는 상황이나 프리미어에서 30분 이상의 4k 영상 렌더링 작업 등)이 아니라면 맥북에어가 더 쾌적하다. 

 

3. 가벼운 무게

: 맥북에어보다 가벼운 노트북도 많이 상용화 되어있는 상황에서 이 부분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장점이 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내게는 지금까지 써본 노트북 중 가장 가벼운 물건이다. 처음으로 1kg대의 노트북을 써보니, 정말 깃털처럼 가볍게 느껴진다. 늘 백팩을 가지고 다니던 습관이 있었는데, 맥북에어를 들이고 한쪽으로 매는 가방을 더 자주 들고 다니게 되었다. 맥북에어 하나와 다이어리 하나, 펜 하나를 넣고 다니거나, 아니면 맥북에어와 아이패드 11인치를 세트로 챙겨다닌다. 부족함 없이 못하는 작업이 없으면서 가볍고 간편하다. 

 

4. 작은 모니터의 단점을 커버하는 아이패드와의 궁합, 사이드카.

: 맥북에어를 사용하게 되면서 가장 크게 느낀 불편함은 디스플레이 크기였다. 집에서는 27인치 아이맥프로와 24인치 델 모니터를 듀얼로 사용하고, 그 이전에 노트북을 쓸때도 2012년 이후부터는 15인치 이하는 사용해보지 않았다. 심지어 아이패드도 12.9인치 프로를 메인으로 사용했다. 

 

그런데 아이패드가 이런 맥북에어의 단점을 완전히 커버해주었다. 아주 간편하게 사이드카를 통해 아이패드로 듀얼모니터 구성이 가능하다. 맥북에어와 아이패드를 함께 챙겨나가도 2kg가 채 되지 않는다. 12.9인치 아이패드 프로를 물려놓으면 16인치 맥북프로 무게로 13인치 디스플레이 두 개를 이용할 수 있다. 맥북에어의 만족도를 가장 높이 올려놓은 것이 아이패드와의 연동성이다. 올 해 말에 유니버셜 컨트롤이 도입되면 또 얼마나 더 좋아질런지.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5. 아이폰, 아이패드 어플 구동(좋으면서 아쉬움)

: 애플의 M1칩은 ARM기반의 CPU다. 즉, 아이폰과 아이패드와 같은 아키텍쳐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그래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어플을 맥북에어에서도 구동시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부분은 굉장히 큰 장점이 되기도 하고, 또 아쉬움이 되기도 한다. 맥북에어를 구입하고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잘 쓰는 어플들을 꽤 많이 설치했다. 쇼핑어플, SNS어플, 번역어플, 음악스트리밍 어플, 동영상 사진 편집 어플 등등… 처음에는 복잡하게 브라우져를 이용하지 않고도 다양한 서비스를 익숙한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는 부분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꽤 많은 어플들이 터치가 되지 않는 맥북에어에서는 사용이 오히려 불편함을 느끼게 되었다. 멀티터치를 기본적인 작동방식으로 채택하고 있는 이런 어플들을 맥북에서 제대로 이용하려면 새롭게 인터페이스 매핑이 필요한데, 아직은 이런 부분이 충분히 개발되지 않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런 부분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여전히 무척 잘 쓰고 있는 어플이 있는가 하면, 설치하고 몇 번 쓰지 못하고 지운 어플들이 대다수다. 앞으로 이 부분을 애플이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해 기대하고 있다. 아이패드와 맥북의 경계가 무너지는 날이 왔으면. 개인적인 바램이다. 

 

6. 소음도 없고, 발열도 없고.

: 팬이 없다. 그러니 소음도 없다. 팬이 없어도 괜찮을까? 어, 그런데 괜찮다. 인텔 맥을 쓸 때의 발열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혹시 날씨가 별로 덥지 않아서 그런건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더랬다. 그런데 한여름의 열기가 한창인 8월이 되었음에도 맥북을 사용하며 발열을 느껴본 적이 없다. 내가 하는 작업 수준으로는 미지근한 수준이 되는 것이 전부고, 그마저도 손에 꼽을 정도다. 

 

 

마무리하며...

 

 

잘 산 물건이란 어떤걸까? 가격대비 성능이 좋다고 무조건 잘 산 물건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 제품을 구매하기까지 여러 선택지를 두고 꼼꼼하게 비교해가며 구매하곤 하지만, 그 결과가 늘 만족스러운 것도 아니다. 결국 잘 산 제품이란 그 제품을 구매한 후, 얼마나 만족하며 사용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닐까. 그리고 그 만족감은 내가 선택지로 두었던 다른 제품과 비교해서 얼마나 성능이 뛰어나고, 얼마나 가격이 낮고, 또 얼마나 차별점이 있는지로 대변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내가 사용하기에 편안하고, 사용할 때 기분이 좋아지는 물건. 그게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물건이 아닐까? 

 

참 많이도 가지고 다녔다. 외부나 호텔에서 작업할때면 나의 메인툴로 견고하게 제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맥북에어는 2021년 들어 구매한 모든 제품 중 최고로 꼽을 수 있다. 기존 맥북 시리즈와 달리 인텔용 윈도우를 설치할 수 없어도, 맥북프로보다 코어 수가 하나 적어도, 팬이 없어도, 배터리 용량이 적어도, 디스플레이의 밝기가 조금 낮아도, 터치바가 없어도, 트랙패드의 크기가 조금 작아도, 맥북에어를 사용하는 동안에는 이런 부분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내가 하고자 하는 작업을 충실하고 묵묵하게 처리해주는 모습에 만족할 따름이다. 

 

여담이지만, 다시는 아이패드로 맥북을 대신하겠다는 과용은 부리지 않으려고 한다. 생산성은 역시 OS-X다.

 

맥북에어는 간편하게 들고 다니며 가볍게 생산적인 업무를 하거나, 아니면 콘텐츠를 소비하는 용도로 쓰기 무척 좋은 아이템이다. 부담이 없고, 어떤 상황에서도 이 가격에, 이 성능에 기대하는 바를 충족시켜주며, 결코 모자람이 없다. 여기저기 외부로 출장과 여행을 많이 다녀야했던 올 해에, 맥북에어는 외부에서의 모든 작업들을 막힘없이 처리해주었다. 2012년 맥북프로 레티나를 구매했을 때의 느낌을 지금의 맥북에어에서 다시 느낀다. 8년 동안 모자람 없이, 큰 고장 없이 열일해주었던 맥북프로처럼, 이번 맥북에어도 오랫동안 나의 손을 타게 될 듯 하다. 

 

 

 

* 본 콘텐츠는 어떠한 지원이나 대가를 받지 않은 순수한 작성자의 의견을 토대로 작성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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