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여행이야기/한국-제주도

[제주도 여행기-3](만장굴)여행 이틀째, 여전히 눈과 싸우다.

인사팀 멍팀장 2011. 2. 4.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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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쯤 일어나 게스트하우스에서 한 방을 같이 썼던 형님 한 분과 하루를 함께 보내기로 하였다.

내려가 아침을 먹고 짐을 챙겨 만장굴로 향했다.

전날 밤 겨우겨우 끼워둔 체인이 빛을 발했다.

도로에는 군데 군데 얼음이 얼고 눈이 굳어 무척 위험한 상태였으며,

특히 제주 시내에서 운전할 때에는 등골이 서늘했다.

그리고 아침에 렌트카 회사에서 보내는 문자들은 모두 하루동안 일어난 수십건의 사고와

산악도로 폐쇄  소식들로 가득했다.

한마디로 운전하지 말란 거지...

그런데,

그럴거면 왜 비싼돈 내고 렌트카를 빌렸겠는가?

당연히 차를 끌고

첫번째 행선지인 만장굴로 향했다.


입장료 2천원을 내고

어두컴컴한 입구를 향해 내려갔다.

문득, 고등학생 때 수학여행에서 보았던 동굴 하나가 떠올랐다.

이름이 뭐였더라...? 무슨 신선 비슷한 사람이 살았다고 그 사람 이름을 따서 붙인 굴이었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 동굴은 특징이 석회암의 예술적인 모습이었던 것에 반해,

만장굴은 용암으로 인해 생겨난 많은 흔적들이 주를 이루는 형태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주 뛰어나게 많은 볼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신기한 용암의 궤적들과

그로 인해 생겨난 많은 흔적들이 흥미로웠을 뿐,

지질학자처럼 뛰어난 전문적 식견이 있는 사람들이 아닌 다음에야,

그렇게 크게 감탄하며 관광을 할 만한 곳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저, 여름에 오면 참 시원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을 뿐...

(하지만 사실 외국인들 중에 식견이 좀 있는 사람들은 무척 놀라워하는 관광명소라고도 한다.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현상들이

이 곳 만장굴에 많이 나타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아무튼,

만장굴에서의 관광을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용두암으로 향했으나,

겨우 두 사람이서 먹을만한 회는 없었다.

대방어가 제철에 풍년이라고 하던데...

대방어는 크기가 제법 되기 때문에 못되도 네명은 되어야 맛을 볼 수 있는 녀석인듯 하다.

그래서 결국 유명한 맛집인 유리네 식당으로 가기로 했다.

(아래 링크는 유리네 식당 방문 후기)

http://i-photo.tistory.com/entry/제주도-여행맛집유리네-식당



점심 식사 후에는 한 번쯤 꼭 다시 들리고자 결심했었던 협재 해수욕장을 들렀다.

(아래 링크는 협재 해수욕장 사진들)

http://i-photo.tistory.com/entry/제주도-여행겨울의-협재-해수욕장

http://i-photo.tistory.com/entry/제주도-여행겨울의-협재-해수욕장2


점심식사 후 들른 협재해수욕장은 여름에 봤었던 그 첫인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른 점이 있었다면,

처음 만났을 때는 발벗고 뛰어들 수 있었던 여름이었다는 거소가

이번 만남에서는 차가운 칼바람이 나부끼는, 인적 없는 겨울바다의 모습이었다는 것.

하지만 아주 큰 공통점 하나는

여름에도, 겨울에도,

무척 궂은 날씨의 한가운데, 아주 잠깐 그 햇살이 고개를 들고 나를 맞아줬다는 것이다.

제주도에서 햇빛을 본 몇 안되는 순간 중 하나였다. 첫 여행에서도, 그리고 두번째에도.

협재에서의 재회를 뒤로하고

심란한 마음을 추스리고 숙소로 향하였다.

눈발이 거세지고, 바람또한 거칠어져

더 이상 어딜 다닐만할 것 같지 않았고,

눈길 운전의 스트레스와 피로가 몰려오는 듯 했다.

이틀째의 제주도 여행은 영 싱겁게 끝났지만,

그래도 첫째날의 악몽을 떠올리고

그래도 이 정도면 뭔가를 하긴 했지...하는 생각으로 마음을 달래며

어둠이 짙어져가는 도로를 달려 앞으로 3일간을 지내게 될 그린 게스트 하우스를 향해 달려갔다.

그곳에서 만난 세 명의 직장인 누나들과 사장님과 함께 맥주 한 잔에 제주도 돼지 목살로 주린 배를 채우고

방으로 돌아가 깊은 잠에 빠졌다.

내일 아침에는 성산 일출봉에서 일출을 봐야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2011년 1월 16일

Photo by Tamuz




Nikon D300s, 17-55mm DX 2.8

@제주도, 만장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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