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래된 여행이야기/한국-제주도

[제주도 여행기-6(3일차)]우도(2)

반응형

http://i-photo.tistory.com/entry/제주도-여행기-53일차우도1

위 링크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

성산항의 매표소에서 직원이 안내해줄 때, 우도항(천진항)에서 하우목동항까지 약 30분 정도 거리라고 알려줬다.

................거짓말이다.

그 거리가 30분 거리라니...나도 나름 걸음이 빠른 편에 속하는 체구 건장한 남자지만,

30분으로 커버하기에는 제법 무리가 있다.

직선거리로 생각한다면 전혀 어려울게 없겠지만

바닷가를 따라 나있는 구불구불한 해안도로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글쎄...넉넉하게 잡아 40분 정도가 되지 않을까?

아무튼, 나는 아무 생각 없이 터벅 터벅 걷기 시작했다.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아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흥얼거리며

바닷가를 바라보다, 또 파도를 구경하다

그리고 사진도 조금 찍다가...

제주도 여행을 출발 한 이후로,

처음으로 여행다운 감흥이 일었다.

즐거웠다.

자유로웠다.

이 감각을 느끼기 위해, 여기까지 오기로 결심했던 터였는데,

드디어 만났다. 이 자유!!


그렇게 걷다 보니 만난 것이 서빈백사.

서빈백사는 우도 8경중 하나로 꼽히는 산호가 부서져서 생긴 모래사장을 가지고 있는 무척 특이한 해수욕장이다.

그래서 산호사 해수욕장이라고도 불렸다고 하는데, 사실은 홍조류가 부서져서 생긴것으로 밝혀지면서 '홍조단괴 해변'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고 한다. (랜덤하우스에서 나온 "제주 100배 즐기기"를 인용했습니다.)

이름만큼이나 아름답고 화사한 해변이었다.

낭만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마음에 들어할 법한 곳이어서, 한 동안 넋을 놓고 바다를 바라보았다.

해가 좀 더 났더라면 좋았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파도처럼 가슴을 적셨다.


서빈백사를 뒤로 하고, 다시 하우목동항을 향해 올레길을 걸었다.

어디선가 따라붙은 두 마리의 개가 꼬리처럼 내 뒤에 붙었다.

그런데 가만 보니, 이 두 놈이 암컷과 수컷으로, 흰 놈은 갈색 놈을 올라타려 하고,

갈색 놈은 날 따라오며 도와달라는 눈빛을 쏜다.

...굳이 남의 연애사에 끼기 싫어, 그냥 피식 웃고 지나치려니,

갈색 개가 이젠 내 다리에 기대고는 정말 불쌍한 눈빛을 한다. 아...그래도 내가 해줄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는데...

내가 저 흰 개랑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잖니ㅠㅠ(내가 니 주인도 아니고...)


결국 갈색 개가 참다 참다 그 이빨을 드러냈다.

아마 절반은 나에 대한 야속함일 것이다.

놀라운 것은 흰색 녀석이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따라붙었다는 것...!!

...생명의 신비란 정말 놀라운 것이다........;;

...사내새끼들이 다 그렇지 뭐...

결국 이 아이들도 어느 샌가 다른 길로 향하고, 나는 다시 시원하게 펼쳐진 길을 걷는다.

그렇게 걷기를 약 한 시간.

여기 저기 사진도 찍고, 천천히 구경도 하면서 걸었음에도 제법 걸려 하우목동항에 도착했더랬다.

항구에 도착하기 조금 전에, 길가에 면한 스쿠터 렌트 업체가 눈에 띈다. 들어가보니, 영업중이란다.

주민등록증을 맡기고, 스쿠터에 올랐다.

6년만에 타보는 오토바이.

비틀, 비틀 하다가, 곧 중심을 잡는다.

잃었던 감각이 천천히 돌아오고, 세찬 바람에 몸을 싣는다.

좋아, 달려보자, 하고

해안 도로를 시원하게 질주해 본다.(그래봤자 60킬로지만...)

기분 좋은 옛 기억이 몸에 벤 동작들을 차근 차근 꺼내는 동안,

어느새 나는 우도봉 입구에 도착해 있었다.


http://i-photo.tistory.com/entry/제주도-여행기-73일차우도3 에서 이어집니다.)





2011년 1월 17일

Photo by Tamuz




NIkon D300s, 17-55mm DX 2.8

Sigma DP2s

@우도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