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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여행이야기/한국-제주도

[제주도 여행기-11(4일차)]용머리 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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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i-photo.tistory.com/entry/제주도-여행기-104일차쇠소깍
 
위 링크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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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머리해안에 도착하자 낯익은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여름에 왔을 때는 비가 오고 파도가 높아 들어가지 못했던 곳이었는데,

이번에는 눈이 왔다.

그래도 다행히 입장은 할 수 있다고 한다. 그것만 해도 어디야...하고 생각하며 입장료를 지불하고 용머리해안으로 들어섰다.


궂은 날씨에도 어르신들이 낚시를 하고 계셨다.

뭐가 낚일까, 하고 구경을 조금 하니 조그마한 복어가 새끼 하나가 낚여 올라왔다.

놓아주실 줄 알았는데, 이 분 신경질을 내시며 뒤 바위 틈으로 던지시더라.

어린 새끼이고 먹지도 못할 것을...놓아주면 좋을텐데, 하고 생각하며 돌아서 길을 걸었다.



파도에 깎인 것인지, 아니면 바람에 깎인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애초에 마그마가 식을 때 이런 모양이 되었던 건지

찾아보기 힘든 모양으로 딱딱하게 굳어진 해안 절벽가를 걷고 있자니 문득 궁금증이 솟는다.

이 암석들이 마그마였을 때,

한창 한라산이 폭발하고 있었을 무렵의 이 곳은 어떻게 생겼었던 걸까

그리고

이 섬에는 언제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한걸까 하고 말이다.

답은 알 수 없지만

그런 생각을 하며

울퉁불퉁 맛깔나는 길을 천천히 감상하며 걸었다.


사진을 찍으며 여유있게 걷기를 약 30분.

앉아서 파도도 구경하고,

물이 들어왔다 빠져나가는 순간도 멍하니 바라보고,

해산물을 즉석에서 손질해 파시는 아주머니들의 입담도 훔쳐들으면서

그렇게 천천히 용머리 해안을 즐겼다.

그러다 또,

이 곳에 누군가와 함께 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

그리고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가끔은 이렇게 혼자 오는것도 좋다.

혼자이기에 즐길 수 있었던 그 여유와

대부분의 시간을 채우는 그 공백들이 마음에 '공간'을 만들어주고 있었음을 느끼지 않았던가.

침묵과 고요함 속에서 충분히 쉬다가

마음에 파란 바다를 담아서 다시 수면 위로 오를 일이지, 하고 생각하며

다시 발길을 옮겼다.

그리고 곧이어 출구.

출구에는 외로운 눈빛을 한 한 마리의 노새가 멀뚱히 서서

흐린 날씨에 장사가 안돼 잔뜩 뿔이 난 주인의 표정을 살피며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가온 한 무리의 아이들.


처음엔 조금 주춤하던 이 노새도

아이들의 순수한 손길에

멀뚱히 뜨고 있던 눈을 사르르 감는다.

이 순간

호기심 가득한 아이들의 손길이

하루 일과에 지친 노새의 마음을 쓸어주는건 아닐까 싶었다.

이 짧은 마음의 나눔이 사실은 인생에서 사람이 가지는 중요한 행복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리고 조금 돌아나와 하멜의 동상 앞에 섰다.

"하멜 표류기"로 유명한, 조선시대에 조난당했다가 제주도에 상륙한 최초의 네덜란드인이다.

이 배경, 이 장소에서 약 반 년 전에도 사진을 찍었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흘렀는데도

느끼는 느낌도, 하게 되는 생각도, 그리고 눈에 담기는 방식도 달라져 있었다.

그때는 제대로 여행을 즐기지 못했다는 생각에,

꼭 다시 한 번 여유있게 제주도로 여행을 와야겠다고 생각했던 장소도 바로 여기였다.

...그랬었더랬다.

이제는 또 다시 시간이 제법 흘렀다.


용머리해안을 꼭 보고 오라는 강한 추천을 받아 온 곳이었는데,

마음을 한 켠 편안하게 해주는 장소라는 느낌이 들었다.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와, 기괴한 듯, 아름다운 듯 알 수 없는 무늬의 바다를 면한 절벽 아랫길.

아마 추노 촬영 장소로도 유명한 것으로 기억하는데...맞으려나?

아무튼.


제주도의 또 다른 절경이 숨어있는 곳.

용머리해안을 뒤로하고

오설록으로 출발했을 때에는

조금 늦은 오후의 느낌마저 사라져가는 시간이 되어서였다.





2011년 1월 18일

Photo by Tamuz




Nikon D300s, 17-55mm DX 2.8

Sigma DP2s

@제주도, 오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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