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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리뷰/카메라

[X-Pro1 Review]X-Pro1, 카메라의 본질을 말하다(X-Pro1 한 달 사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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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클래식" 열풍을 느꼈던 것이 2006년 여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군대에 있었던 나는 오토바이 잡지를 보며 도로를 가르는 시원한 바람에 대한 향수를 느끼고 있었다.

 

그러다 눈에 띈 것이 "클래식 바이크의 유행"이라는 문구.

 

1950년대를 연상시키는 로얄 엔필드의 바이크가 한국에 들어오고,

 

일본 유수의 오토바이 제조사들에서 "클래식"풍의 스쿠터와 오토바이를 만들어 발표하던 해.

 

그리고 그 "클래식 열풍"은 카메라에도 이어졌던 것 같다.

 

군대를 제대하고 난 후에야 카메라를 배우기 시작했던 나는 클래식한 필름 카메라의 인기보다는

 

좀 더 최신 성능을 보여주는 DLSR에 흥미가 있었고,

 

실제로 약 5년간 더 좋은 카메라, 더 좋은 렌즈를 꿈꾸며 사진 생활을 했었다.

 

 

 

 

 

<라이카와의 만남>

 

그러다 마주하게 된 것이 바로 "라이카 X1"이었다.

 

무거운 카메라, 무거운 렌즈에 지쳐 점점 사진을 찍지 않게 되자,

 

좀 더 쉽게 들고 다니며 찍을 수 있는 카메라를 찾게 되었고

 

그래서 지인들의 추천을 통해 라이카 X1을 들이게 되었다.

 

새로운 "사진"에 눈을 뜨게 된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라이카 X1 사용기 : http://i-photo.tistory.com/276 )

 

 

 

 

그렇게 X1을 사용하며 한동안 잘 지냈지만, 이번에는 다양한 화각에 대한 욕심이 다시 한 번 스물 스물 기어올라왔다.

 

접사, 망원, 광각...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욕심은 다시 DSLR로 시선을 잡아당겼다.

 

하지만 다시 그 무거운 동네로 돌아가고싶지는 않았다.

 

결과는 이미 지난 5년간의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으니까.

 

 

 

 

그 때 눈에 띈 것이 바로 후지필름 X-Pro1이었다.

 

RF의 디자인을 가지고 있지만, RF는 아닌 카메라.

 

클래식한 외관을 가지고 있지만, 마냥 클래식하지만은 않은 카메라.

 

 

 

 

classic
미국·영국 [|klӕsɪk] 발음듣기
1. 일류의, 최고 수준의
2. 전형적인, 대표적인
3. (스타일이) 고전적인, 유행을 안 타는

 

 

 

네이버 사전이 말하는 클래식이란 이런 것이다.

 

그리고 카메라의 고전을 말한다면, RF 카메라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인생에, 찍는 즐거움을>

 

후지가 내걸고 있는 슬로건,

 

이 슬로건과 후지가 전략적으로 내세우는 클래식한 RF 디자인의 카메라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일안 반사식 카메라와 달리, RF카메라는 이중 합치식이다.

 

이 이중합치식 포커스의 특징을 말하자면,

 

"정밀한 핀 맞추기와 정말 인연이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RF 카메라 렌즈들은 광각에서 표준줌 영역을 커버한다. 즉, 조리개 팍팍 조여서 짤깍, 하고 편하게 찍는

 

"스냅"을 위한 카메라 라는 말이다.

 

지금처럼 사진이 "디지털 예술"이 되기 이전에, 일상에서 마주치는 것들을 남기는 "기록으로서의 사진"에 가장 가까운 카메라.

 

그게 바로 RF 카메라인 것이다.

 

 

비록 후지의 카메라들이 전략적으로 RF 디자인을 표방하고 있지만,

 

사실 후지의 카메라들은 RF식 카메라가 아니다.

 

하지만 과연 후지가 단순히 예쁜 디자인을 위해서만 RF 스타일의 카메라를 내놓기 시작했을까?

 

많고 많은 카메라 디자인 중에 왜 하필 RF일까?

 

답은 저 위의 슬로건과의 연계성에서 찾을 수 있었다.

 

후지의 X시리즈 카메라는 단순히 RF디자인의 계승을 의미한다기보다는

 

"RF 카메라의 정신"을 계승하고자 한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가벼운 DSLT의 형태로 만든 것도,

 

기계적인 성능이 크게 부족하게 느껴짐에도 크게 개의치 않은채 출시를 한 것도,

 

그렇게 생각한다면 수긍이 간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후지가 현재의 카메라가 가지는 장점을 모두 포기하는 것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결국, 후지의 X시리즈 카메라는 이중합치식 대신 사용된 "하이브리드 뷰파인더"처럼,

 

"하이브리드", "융합"의 카메라이다.

 

최초 출시 렌즈군에 60mm 마크로 렌즈를 넣고, HD동영상과 파노라마 모드를 넣고, 정확하고 선명한 EVF를 넣음과 동시에

 

필름 시절의 명성을 보여주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필름모드 JPG프로세싱과

 

기존 RF식 카메라처럼 오차율을 보여주는 OVF 뷰파인더가 포함된,

 

잡탕처럼 뒤섞인 카메라,

 

그게 바로 후지의 X 시리즈가 아닐까 싶다.

 

 

 

 

 

한달 간의 경험을 토대로 X-Pro1의 장점을 추려보라면,

 

5가지의 테마를 내놓을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먼저,

 

"디자인"

 

X-Pro1은 어쨌거나 예쁘다.

 

이 녀석을 손에 들고 거리를 걷다 보면, 제법 많은 사람들이 돌아볼 정도로 예쁘다.

 

이 "예쁘다"는 것이 갖는 카메라로서의 장점이라면, 상대적으로 찍히는 사람에게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기자기할 정도로 작지는 않지만, 그래도 예쁜 카메라 이기에 커다란 카메라와 얼굴만한 렌즈를 눈앞에 두고 촬영을 기다리는

 

그런 겁먹은 표정을 짓지 않는다.

 

 

두 번째 장점,

 

"인물"

 

 

 

 

기본적으로 후지가 제공하는 필름 모드 중 "네가티브 스탠다드"와 "아스티아"는

 

인물의 피부톤에 최적화 되어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드럽고 화사한 피부톤을 특별한 보정 없이 바디 자체의 프로세싱만으로 뽑아낼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장점이 아닐 수 없다.

 

 

 

세 번째 장점,

 

"색감"

 

 

 

 

 

후지가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색은 "투명한 수채화"느낌이 난다.

 

맑은 그 색과 보케를 보고 있노라면 마음까지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

 

후지의 색에 한 번 빠져들면 헤어나올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필름 시절의 노하우가 센서와 이미지 프로세싱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네 번째 장점

 

"화질"

 

 

 

 

 

 

 

 

이건 후지논 렌즈와 새로운 후지의 센서와 함께 보아야 할 부분이다.

 

로우패스 필터를 제거한 센서는 당연히 선예도와 화질에서 굉장한 장점을 갖는다.

 

거기에 명성이 자자한 후지의 렌즈깎는 기술이 더해졌다.

 

영상쪽에서는 후지논 렌즈라면 그냥 덮어놓고 믿을 정도로 후지논의 역사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열면 화사하고 조이면 금방 칼같은 선예도를 보여주는 결과물은, 후에 설명할 단점들을 모두 무시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마지막 다섯 번째,

 

"기동성"

 

 

 

후지 카메라가 되돌아가려는 지점에는 "기록으로서의 사진"이 있다.

 

일상 생활 속에서 함께 하기에 부담이 없어야 한다.

 

그 결과가 가져온 것이 "가벼움"이다.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꺼내들고 찍을 수 있다는 것.

 

찍어야 의미가 있는 "사진기"에게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한다.

 

 

 

 

 

<사진이 전부다>

 

자, 이제 단점을 말해보자.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X-Pro1의 기기적인 성능은 정말 심각하다.

 

DP2s, X1에 단련되어있어서 상대적으로 견딜만 하지만, 솔직히 불편한건 불편한거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 찍기 어려운 카메라로 셔터를 누를 때에는, 평소보다 2배, 3배로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사진에서 얼마나 장점이 될 수 있는것인지.

 

 

 

 

기술이 아무리 좋아져도,

 

결국 사진의 완성은 찍는 사람의 손 끝에서 완성된다.

 

3,4천만 화소에 거대한 밝은 렌즈를 아무리 모시고 있어봐야,

 

찍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것이 사진이다. 그리고,

 

사진의 본질은

 

어느 도구로 찍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찍었느냐의 과정 속에서 그 의미가 생겨나게 된다.

 

X-Pro1의 가장 큰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기기적인 퍼포먼스의 조악함은 또 한편으로는 장점이 되기도 한다.

 

 

 

 

 

 

 

지난 한 달 동안,

 

열심히 사진을 찍어봤지만,

 

사실 내놓을 만큼 자랑스러운 사진이 많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사용기를 적게 된 것은

 

어쩌면 이 카메라가 가슴 속 깊이 자리잡은 뭔가를 건드렸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혹자는 그것을 "감성"이라 부르고,

 

또 누군가는 "주책"이라고도 한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랬던가.

 

나의 "감성"이 비록 주책일 지언정

 

누군가 나처럼 주책맞고 싶을 사람에게

 

이 사용기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샘플 사진들>

 

 

 

 

 

 

 

 

 

 

 

 

 

 

 

 

 

 

 

 

 

 

 

 

 

 

 

 

 

 

 

 

 

 

 

 

 

 

 

 

 

 

 

 

 

 

 

 

 

 

 

 

 

 

 

 

 

 

 

 

 

 

 

 

 

 

 

 

 

 

 

 

 

 

 

 

 

 

 

 

 

 

 

 

 

 

 

 

 

 

2012년 5월 8일

 

Written by Tamuz

 

 

 

 

Fujifilm X-Pro1, XF 35mm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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