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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여행이야기/한국-제주도

[제주도 여행기-1]여행의 출발

by 인사팀 멍팀장 2011.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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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나의 여행은 갑작스럽다.

문득 "떠나고 싶다."는 느낌이 든 순간,

나는 이미 여행지의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리고, 구체적인 기간과

대충 소요될 예산등이 짜맞춰진다. 배가 고플 때 먹고싶은 음식이 떠오르듯이.

그렇게 결정된 "떠남"은

언제나 새로운 경험을 안겨다 주었다.

이번에는 어떤 것들을 건져올 것인지에 대한 부푼 기대감과 함께

겨울의 태평양, 제주도를 보러 가기 위한 길에 올랐다.



9호선이 개통된 이래로

여행이 참 쉬워졌다는 생각이 든다.

캐리어에 카메라 가방 하나 질질 끌면서

김포공항으로 향하는 길이 빠르고 간편하고, 게다가 저렴하다.

이번 비행은 그간 쌓였던 마일리지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더더욱 기분이 좋았다.

지금 아니면 언제 또 공짜 여행을 다닌단 말인가.



공항에 도착하고, 비행편을 기다리는 동안 커피를 마시며 내가 타게 될 비행기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제작년, 이젠 비행기라면 끔찍하다며

한동안은 날틀은 거들떠도 보지 않겠다고 장담하던 내가

또 스물스물 기어나와 저 날틀에 몸 한번 실어보자며,
 
홀로 떠나는 긴장감으로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있었다.

인간은 참 간사한 동물이다.


이륙하는 순간의 설레임은 언제나 최고조에 달한다.

여행의 가장 행복한 순간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익숙하고 찌든 것들을 뒤로하고

훌쩍 높이 하늘로 날아올라

낯선 곳으로 툭, 하고 떨어져 내리는 것.


그렇게 하늘 높이 날아오르고 나면,

그토록 집착하고, 스트레스받아하던 모든 것들이 발 아래 깨알처럼 작은 개미소굴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그저 높이 날아오르는 것 만으로도, 정말 많은 것들이 어깨에서 그 무게를 덜어낸다.

그리고 높은 하늘의 햇살과 솜사탕같은 구름을 즐기는거다.

아무런 고민도, 걱정도 필요가 없어진다.

일상으로부터, 새로운 세계로 떠나는 자만의 특권이다.


대낮의 하늘에서 만나는 달은 그리운 친구를 본 느낌이다.

내가 저 녀석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만나본게 언제인가, 하고 생각해보니,

단 한 번, 약 4년전에 만났었다.

그때는 시베리아 동토 위에서,

영하 몇십 도의 온도에 얼어붙은 달을 보았었다.

지금과는 다른 얼굴, 다른 표정이었는데

너도 그간 많이 변했구나, 하다가

어쩌면 그간 나도 참 많이 변했겠구나, 하는 마음이 되었더랬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제주도 공항으로 내려간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서울과는 달리, 눈보라가 심한 날씨라고 한다.

실제로 내가 도착한 날 이후로

약 60여편의 항공편이 결항 혹은 지연되었다.

이번 여행은 여행의 동기 못지 않게 우울하겠구나 하고 생각했더랬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되었었다.

하지만 그것도 여행.

그 출발의 설레임도, 우울한 날씨도

내가 겪게 될 소중한 여행의 추억 한 자락이 되어줄 터였다.


눈구름을 뚫고 어두침침하게 변한 제주도로 내려가는 동안

저 멀리 옥빛으로 빛나는 제주도의 드넓은 바다가 시야에 잡혔다.

저 곳에 다 털어내고 오자, 하고

진짜 여행을 시작하였다.




2011년 1월 15일

Photo by Tamuz




Nikon D300s, 17-55mm DX 2.8
Sigma DP2s

@서울 김포공항 & 제주도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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