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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케이프호텔 투숙 후기]서울 한복판에서 유럽 감성을 느끼는 호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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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케이프 호텔 입구

Intro

“어디 가까운데서라도 하루쯤 호캉스를 다녀올까요?”

 

출산을 앞둔 아내와 멀리는 아니더라도 가까운 곳에서 업무와 집안일에서 벗어나 아무 생각 없이 쉬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아내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지난 여름 이후로 반 년이 넘도록 회사와 집 이외에 다른 곳을 거의 가지 못했다. 남들은 코로나 제한 해제에 맞춰 그동안 못갔던 해외여행도 훌쩍 훌쩍 잘도 떠나건만, 우리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고 업무와 출산 준비에 하루 하루 닳아가고 있었다. 

 

그런 아내에게 짧지만 값진 하루의 휴식은 너무도 달콤했던 모양이다. 짧았기에 더 소중한 기억으로 남은 호캉스, 레스프케이프 호텔 투숙 후기를 남겨본다. 

 

숙소명 : 레스케이프 호텔
객실 : Atelier Kong Suite(Corner) (2305호)
숙박 일시 : 2023.01.27(금) - 28(토)
주소 : 서울시 중구 회현동1가 194-19 (회현역, 명동역 도보 5분~10분)
연락처 : 02-317-4000
체크인 / 체크아웃 : PM3:00 / AM11:00 
가격 : 344,000 원/일
예약 창구 : 데일리호텔

 

 

체크인

회현역 앞에 위치한 쌩뚱맞은 호텔. 프랑스 벨 에포크시대 컨셉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무슨말인지는 잘 모르겠고, 중세의 우아하고 아름다운 프랑스 귀족의 성 인테리어 컨셉에 충실한 호텔인 것 같다. 

 

체크인 3시, 체크아웃 11시. 한 시간 일찍 도착해서 얼리체크인을 물어보았는데 그러려면 객실료에 30%를 추가해야 한다고 하여 그냥 기다리기로 했다. 2시 10분 쯤에 리셉션에 도착해서 대기등록을 했다. 순서가 되면 카톡으로 알림이 온다. 대기번호는 7번이었다. 

 

건물 7층 리셉션 바로 옆에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이 있다. 3.5만원에 애프터눈 티세트를 즐길 수 있다. 퀄리티는 대단히 높지 않지만 그렇다고 아쉽지도 않다. 솔직히 디저트가 대단해봐야 얼마나 대단해진다고. 

 

파크하야트에서 먹었던 애프터눈 티세트의 가격과 퀄리티를 기억한다. 비교해볼때, 다시 어디로 갈래? 하고 물으면 난 그냥 여기로 오겠다. 가격은 몇 배 차이가 나면서 만족도에서는 대단히 큰 차이가 없다. 섬세한 맛의 차이와 서비스에서야 당연히 분명한 급 차이가 있다. 하지만 그 차이가 이 정도의 가격차이 만큼의 가치를 가진다고 보진 않는다. 

 

 

체크아웃하는 날 먹었던 스타벅스 조식. 역시 가성비가 높다.

애프터눈 티세트를 즐기는 포인트는 식사 후 느긋하게 즐기는 좋은 사람과의 향긋하고 달콤한 시간에 있다. 그런 측면에서 점심식사 후 일찍 호텔에 들어와 체크인을 기다리면서 즐기기에 둘도 없이 좋은 데이트 코스다. 

 

 

스타벅스에서 데이트를 즐기고 있을 때 알림이 왔다. 잠시 혼자서 리셉션으로 가 체크인을 하고 안내를 받은 후 키를 받고 스타벅스로 돌아왔다. 체크인에는 다 해서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스위트 킹 객실에서 코너스위트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해주었다고 한다. 

 

룸 컨디션

 

 

리셉션과 엘리베이터, 복도 모두 컨셉에 충실했고 아름다웠다.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는 안내방송에 한국어 다음으로 불어가 나온다. 컨셉에 충실한 디테일. 좋다. 

 

 

한 눈에 들어오는 특징은 붉은 색 계열의 강조, 화려한 벽지, 다이얼, 조명, 몰딩, 그 와중에 난잡하지 않은 깔끔함.

 

깊은 인상을 줄 수 있으나 자칫 피로하고 질리기 쉬운 붉은색을 과감하게 썼다. 레드카펫에서 알 수 있듯 빨간색은 잘 쓰면 화려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을 전달하는 좋은 아이템이 될 수 있다. 단순히 새빨갛기만 한 건 아니고, 레드카펫에 검은 색이 함께 더해져서 차분한 검붉은 느낌이 돈다. 여기에 검은색에 금태를 두른 몰딩과 짙은 갈색의 책상, 그리고 카키색이 더해진 의자와 탁자 등이 어우러져있다. 그리고 자수벽지에서 깜짝 놀랐다. 벽지에 이정도로 공을 들이나 싶은 생각. 잘 살펴보니 소파나 의자와 같은 가구에 벽지와 같은 자수가 들어가있다. 이 정도 노력이라니 박수쳐주고 싶다. 가구와 인테리어를 맞춤으로 제작해야 했을텐데,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갔을 것이다. 

 

 

그림과 조명은 또 다른 매력이다. 객실 내 거의 모든 조명이 웜톤의 간접등을 썼다. 화장실만 조금 더 화이트톤이 섞였지만 여전히 웜톤에 가깝다. 천장에 있는 할로겐 램프 하나를 제외하면 모두 벽등 또는 스탠드 조명이다. 그리고 이 조명 사이에 유럽 박물관에서 봄직한 커다란 유화 그림들이 걸려있다. 유럽 여행을 갔을 때 오래된 성을 박물관으로 개조해 미술품을 전시하던 것을 보던 바로 그 느낌이다. 유럽 여행에서 보던 박물관이 된 성에서 하루 묵는 느낌. 색다른 경험이다. 

 

 

다이얼로 된 모든 조절장치가 컨셉에 잘 맞았다. 하지만 편하진 않다. 다이얼을 얼마나 돌려야 하는지, 어떤건 누르고 어떤건 돌리고, 혼란스러웠다. 커튼을 여닫는 것마저 다이얼로 되어있는데 솔직히 편리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만큼 컨셉에 진심이었던건 알겠지만, 이건 조금 과하지 않았나 싶다. 아니면 작동법에 대해 조금 더 친절한 설명이 있다면 좋겠다.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고 하는데, 우리 부부에게는 취향저격이었다. 무늬만 따온 싼티나는 컨셉의 호텔이 차고 넘치게 많다. 하지만 레스케이프는 정말 심혈을 기울여 구현해놓은 잘 만든 작품 같았다. 아쉬운 부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정도면 훌륭하다. 특히 벽지와 같은 작은 디테일까지 욕심을 낸 부분에 대해 박수를 쳐주고 싶다. 시그니엘서울 스위트룸과 인터컨티넨탈 스위트룸에서도 대충 처리해놓은 콘센트 마감 같은 것도 여기는 반듯하고 깔끔하다. 고급스러움은 이런 작고 디테일한 곳에서 빛을 발한다. 

 

 

침구류는 평범했다. 대단히 좋은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대단히 불편할 것도 없는 수준. 가격대를 생각하면 조금 아쉽게 느껴지는 수준이다. 인터컨티넨탈보다 한 단계 아래, 앙코르나 쉐라튼 계열의 비즈니스 호텔들보다는 한 단계 위 정도로 느껴진다. 

 

 

어메니티는 딥디크를 사용했다. 대용량으로 비치된 것이 요즘 트렌드를 따른듯 하다. 칫솔과 치약도 비치되어 있다. 치약이 고체로 되어있어 신기했다. 

 

 

코너스위트룸은 다른 방과 다르게 물과 커피가 조금 더 지원된다. 물 4병과 네스프레소 커피 캡슐 4개. 하루 투숙으로는 충분한 양이다.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단점을 말하자면, 먼저 화장실과 침실을 구분하는 여닫이 문이 너무 빡빡했다는 것. 

 

그리고 물건 찾기가 수고스러웠다는 것. 기본 상태가 너무도 화려한 나머지 이것저것 물품이 바깥에 복잡하게 나와있지 않도록 각종 용품들이 모두 어딘가에 수납되어 있었다. 커피머신은 벽장 안에. 슬리퍼도 어딘가의 옷장 안에. 치약이나 칫솔 같은 물품들은 세면대 밑 서랍 안에. 깔끔해서 좋은데, 처음에는 필요한 물건을 찾기가 어려웠다. 

 

밤에는 조명이 전반적으로 많이 어둡게 느껴졌다. 이 부분은 분위기를 살리기에는 좋으나 밤에 책을 읽거나 뭔가를 써야 하는 상황에서는 좀 불편함이 느껴졌다. 

 

책상이 의자 높이 대비 많이 높았다. 간단한 메모 등 손으로 뭔가를 쓸 때는 불편함이 없는데, 노트북처럼 타자를 쳐야 하는 상황에서는 상당히 불편했다. 호캉스 중에도 간단한 문서나 원고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 책상과 의자를 많이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이 부분은 좀 많이 아쉬웠다. 하지만 책상을 쓰지 않는 사람에게는 별 불만이 없을 부분이다. 책상 자체는 무척 마음에 들었다. 원목 책상. 지금까지 투숙하면서 거쳐온 모든 책상 중 가장 마음에 들었다. 기억에 가장 좋았던 곳이 잠실 시그니엘 책상이었는데(실용적이어서), 레스케이프가 이겼다. 책상은 이곳이 최고다.

 

주차 부분도 아쉬움이 있다. 나가고 들어올 때마다 리셉션에 이야기를 해줘야 무료 주차가 가능하다. 퇴실시간 이후 30분까지만 무료주차가 지원되고 그 이후는 비용이 추가된다는 것도 아쉽다. 그래도 두어시간 정도 여유를 좀 더 준다면 좋았을텐데. 체크아웃하고 바로 옆 신세계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거나 명동에서 점심 데이트를 하고 돌아와서 나갈 수도 있는건데. 그런 약간의 여유가 아쉽다. 

 

운동 예약이 어려운 점도 아쉬웠다.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는 나는 여기서도 운동을 하고 싶었는데 하지 못했다.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고, 한 번에 입장할 수 있는 사람 수가 제한되어있다고 한다. 체크인을 하면서 예약을 하려고 했는데, 이미 모든 자리가 다 차고 없다는 안내를 받았다. 피트니스를 이용할 사람은 객실을 예약하자마자 전화를 걸어 피트니스도 함께 예약을 하는 것이 좋겠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7층 리셉션 바로 옆에는 투숙객만 사용할 수 있는 라운지 공간이 있다. 라이브러리 라는 이름으로, 실제 공간을 미녀와 야수에 나오는 도서관을 연상케 하는 분위기로 꾸몄다. 자리가 많지는 않지만 각 자리별로 매력이 다르다. 

 

 

라이브러리는 정말 수준높게 꾸며졌다. 보통 이런 공간에 비치하는 책들은 더미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이곳은 더미보다 진짜 책의 비율이 높다. 마크트웨인의 소설과 로빈슨크루소, 그리고 세익스피어 컴플리트 에디션 같은 책들이 눈에 띄었다. 모두 진짜 원서 책이다. 한때 영문학을 공부했던지라 책에 손이 갔다. 작은 소품 하나 하나에서 살린 리얼함은 공간에 대한 만족도를 정말 많이 높여주었다. 공을 많이 들인 곳. 마음에 들었다. 

 

총평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호텔이라고 들었다. 화려함이 너무 지나쳐 피로감을 줄 정도로 컨셉에 충실한 호텔이라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무척 마음에 드는 공간이었다. 무엇보다 디테일을 놓치지 않은 것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가짜 투성이에 분위기만 낸, 그럴싸하게 포장지만 덮어놓은 곳과는 레벨이 다른 섬세함이다. 

 

이것저것 단점도 있는 곳이 분명하다. 컨셉이 맞지 않는 사람은 정말 피곤할 수 있다. 특별히 서비스를 느낄만한 부분도 별로 없다. 주차 시간 제한도 아쉽고, 얼리체크인을 너무 칼같이 높은 가격으로 받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컨셉이 취향에 잘 맞는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대체제를 찾긴 어려울 것이다. 유럽에 총 네 번을 가보았다. 두 번은 여행이었고, 한 번은 학회 참석이었고, 마지막 한 번은 프리랜서로 사진 일을 할 때 일주일간 출장을 갔다. 유럽에 대한 애착이 있는 내게, 이 곳은 그곳에서의 추억을 많이 떠올리게 만들었다. 조잡함이 느껴지지 않는 꽤 충실한 추억여행이었다. 

 

결과적으로 소중한 1박 2일의 호캉스 기간동안, 아내는 무척이나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많이 지쳐있었던 만큼, 우리 부부는 이곳에서 더없이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 공간이 주는 분위기에 녹아 많은 시간 부드러운 미소를 나눴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다시 방문할 예정이다. 그 재방문이 너무 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만큼, 만족스러운 투숙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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