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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era Review]Leica X1 개봉기 및 사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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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렌즈 교환식 카메라를 잡았던 것이 2003년 여름이었다.

그 당시에는 무척 고가의 장비였던 아버지의 Minolta Dynax 7xi를 가지고 재미삼아 몇 장 찍어보고는

굉장히 오랫동안 카메라라는 것에 대해 잊고 살다가

군대에서 사진기자를 꿈꾸는 한 후임을 만나면서

"사진"이라는 것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2007년 봄,

제대를 하자마자 시작한 아르바이트비를 탈탈 털어 샀던 것이

니콘의 D50.

이후 니콘의 D300s와 시그마 DP2s를 거쳐

약 3개월 전, 라이카의 X1에 도달하게 되었다.


#자세한 스펙은 아래의 링크를 참조해 주세요.

http://leica-store.co.kr/kimson/home/bandocamera/mall.php?cat=3901&q=view&uid=5453



"빨간 딱지의 로망, 라이카"

많은 사람들이 이 빨간 딱지에 열광하지만,

사실 나에게는 이 브랜드가 그다지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음을 고백한다.

지금도 네이버 지식인, SLRCLUB의 라이카 포럼을 들여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왜 라이카를 사용하나요?"

라는 질문을 하루가 멀다하고 올리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말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라이카 카메라는 가격이 높다.

그 이유중 하나는 "장인들이 순수하게 수작업으로 만들어내면서 불량률을 최저로 유지"한다는 것과

"그에 따른 생산량의 저하로 발생한 희소가치"일 것이며

마지막으로는 "중국인들의 무분별한 라이카 사재기"라고 쓰고 "중국인들의 카메라 재테크"라고 읽는 행태가 있다.




라이카는 분명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비싼 카메라이다.

재미있는 것은, 가격만큼 쾌적한 성능을 제공해 주느냐? 하는 질문에 피식~하고 한 쪽 입고리가 올라가는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기계적인 성능이다.

한마디로 말해 라이카 X1 이라는 카메라는 "정말 불친절하고 불편한 카메라"이다.



AF는 느려터졌고, 이미지 저장 속도는 디지털 카메라라는 것이 처음 등장했을 때의 초기 모델들을 연상시키며

액정 화질은 타 카메라들과 비교해 구닥다리에 가깝고, 게다가 리뷰는 상당한 인내력을 요한다.

어느 누구라도 물어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게 정말 250만원짜리 카메라 맞아??"라고 말이다.

(그 돈이면 캐논의 스테디 셀러인 5D Mark2라는 풀프레임 카메라를 신품으로 구입할 수도 있을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많은 리뷰들이 그러하듯이, 나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카메라를 쓴다.

메인이었던 니콘 D300s와 니콘의 축복이라는 17-55 렌즈를 팔아버리고 서브에서 메인으로 등극한 X1.

이 녀석은 태생부터 "나는 귀족이오"라고 말한다.





라이카 카메라를 접해본 사람들이라면 이 은색 박스가 무척이나 친숙할 것이다.

라이카를 상징하는 빨간 마크가 새겨진 이 박스를 열면 꽃이 개화하듯 화려하게 등장하는 서랍형 박스.




X1의 박스는 모두 세 칸으로 나뉘어져 있다.

첫 번째 칸은 카메라,

두 번째 칸은 충전기를 비롯한 기타 용품

마지막 세 번째 칸에는 각종 언어로 만들어진 메뉴얼이 들어있다.




X1 구입의 최대 장점 중 하나를 꼽으라면 나는 "정품 라이트룸"을 꼽을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정품 라이트룸을 세 번 까지 다운로드 받아 사용할 수 있다.




시그마에는 SPP라는 포베온에 최적화된 카메라 보정 프로그램이 있고, 니콘에는 니콘캡쳐라는 프로그램이 있는 것 처럼

라이카는 아도비의 라이트룸에 최적화되어있는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라이트룸이라는 프로그램이 범용성과 편리성, 그리고 이미지 보정 완성도 면에서 최고의 극찬을 받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예전 니콘을 사용할 때, 니콘 캡쳐의 한계를 느끼고 라이트룸을 사용하며 "신세계"라는

감동을 받았었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라이트룸은 유용하고 편리한 프로그램이었다.




중요한 것은 제일 위의 칸에 들어가 있는 이 작은 카메라 X1일 것이다.



박스 뚜껑을 열면, 이렇게 예쁘게 들어가 있다.




비닐을 벗겨보면,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눈에 확 들어온다.




카메라의 앞, 위, 후면의 모습.


크기는 담뱃갑보다 조금 더 큰 정도일 뿐인, 이 작은 카메라가, 정말 기가 안 찰 정도의 기계적 성능을 가지고는

250만원이라는 가격표를 달고 나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카메라를 사용하게 되는 것은 바로




사진!!!


어이없을 정도로 비싼 가격, 불편한 AF와 상대적으로 낮은 성능의 액정, 그리고 몇가지 더 덧붙이자면, 짧은 베터리 성능과

각종 설정의 불편한 인터페이스, 그리고 헐거운 다이얼과 느린 이미지 저장 속도, 샷과 샷 사이의 긴 버퍼시간, 기타 등등...

모든 것을 용서할 수 밖에 없게 만든 것은 바로 "결과물"이었다.

니콘을 사용하면서, 나는 기본적으로 "화밸"이란 것은 반드시 후보정으로 잡아줘야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X1은 달랐다. 기본적인 화밸의 정확도가 굉장히 높다. 극한의 상황이 아닌 이상, 이 카메라는 정확한 화밸을 뽑아준다.

그리고...

누구나 감동할 수 밖에 없는

경조흑백 모드.





이 맛깔나는 흑백을 재현할 수 있는 바디가 라이카 이외에 있을까?

라이카의 흑백은 감히 "명품"이라 아니할 수 없는 힘이 있다.




X1 똑딱이이다.

사실 니콘 D300s를 내쳐버린 이유는 꼭 X1에 만족해서만은 아니었다. 이 카메라가 나의 "사진 생활"에 더 잘 맞는

녀석이었기 때문이다.

DSLR을 들고 다니기 시작한지 어느새 4년을 꽉 채우고 5년 차가 되었다.

그 동안, 내가 얼마나 카메라를 부지런히 사용했을까?

점점 사용하는 바디와 렌즈는 고가가 되어가는데, 이상하게도 카메라를 챙겨 나가는 횟수는 점점 줄어들었다.

돌이켜 보면...

남들이 쳐다보고는 "우와~"하고 감탄하는, 전문가스러운 카메라와 얼굴만한 렌즈를 들고 다니는 동안에는

"나 사진 좀 찍습니다" 하는 우쭐한 느낌이 되어 진지한 표정으로 파인더를 들여다보며 셔터를 누르는

정말 부끄러운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밖에 없었다.

진짜 내가 봐야 했던 것은 파인더 속의 프레임이었지, 나를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이 아니었다.

언제부터인가 정말 내가 사진을 찍기 시작했던 이유를 잊고 있었다.

그것에 대한 반성으로, 나의 실력에는 차고 넘치는 카메라인 니콘 D300s를 입양보냈다.



아주 가끔, 후회스러울 때가 있다. X1의 성능으로는 찍을 수 없는 사진이 있을 때.

하지만,

사진을 저장해 놓은 외장 하드에 표기해놓은 폴더의 날짜가 오밀조밀 모여있는 것을 발견하며,

그냥 웃고 말게 된다.

나는 사진작가가 아니다.

나는 아마추어 생활 사진가다.

내가 남기려고 하는 것들은 이 작은 카메라가 충분히, 차고 넘칠 정도로 도와줄 수 있다.

그것도 DSLR급의 화질을 가지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여타 DSLR도 따라오지 못할 매력을 가지고 말이다.




사실 또 언제 지름신이 나타나 나에게

새 카메라, 새 렌즈로 유혹할지 알 수 없고,

또 그 유혹에 넘어가 카드명세서를 앞에 두고 무릎 꿇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앞으로 오랫동안

이 불편한 카메라와 함께 하면서

소중한 것을 어렵게 남기는 습관을 통해

진짜 내가 추구하는 "사진"이 무엇인지를 잊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일상 속의 사랑하는 것들을 남기는 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을 새기는 일






특별한 선물이 찾아왔을 때의 행복을 새기는 일






특별한 메시지를 담고 싶을 때






그리고...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마주친 것을 가볍게 남기고 싶을 때






언제나 함께 할 수 있는 카메라

라이카 X1



분명, 비싼 가격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2012년 1월 1일

Photo & Written by Tamuz



Leica X1
@건대, 청담동, 대치동, 하늘공원, 인사동, 경복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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