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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탄 영빈루]국내 3대 짬뽕집 중 하나, "영빈루"

by 인사팀 멍팀장 2012.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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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군대에 있을 때의 일이다.

오산 미군기지에서 공군으로 복무(라고 쓰고, 복역이라 읽는다...)하던 시절,

옆 소대에 정말 끔찍한 소대장이 하나 있었다.

계급이 원사였던 그 분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에 불처럼 흥분하고

아이들 외박 자르는 일이 취미인듯 보이는

그런 나이 지긋하신 분이었다.

그랬던 그 분이

말년휴가를 나가는 우리 기수를 불러세워서는

부대 밖까지 태워다 주고, 또(벙커에서 부대 정문까지 차타고 20분쯤 걸렸다)

아침까지 사주신단다.

그래서 갔던 곳이 "영빈루"





그 때 밥을 먹으면서 했던 이야기는 대충, 모두들 그러하듯이

'군대에서의 나쁜 기억은 모두 잊고, 좋은 것만 기억하고 나가서 잘 살아라' 였다.

어쩐지 그렇게 불편하고 한편으로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상관'이 너무나 작아보이는 그런 순간이었다.

전역자들이 씁쓸하게 웃으면서 부대를 떠나는 이유를 조금씩 알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 음식점이 기억에 남는 이유에는 물론 이런 개인적인 일화가 크게 한 몫을 하고 있다.

하지만 만약에, 이 곳의 음식이 맛있지 않았더라면,

결코 '영빈루'를 다시 찾지는 않았을 것이다.




필자는 어이없을 정도로 '매운 음식'을 먹지 못한다.

그냥 못먹는다...의 느낌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못먹는다.

억지로 조금만 매운걸 먹어도 폭풍 딸꾹질이 최소 10분간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일종의 알레르기 기질 같은 것이다.

그래서 "짬뽕"이라는 음식은, 나에게 멀고 먼- 전혀 인연이 닿을 일 없는, 그런 종류의 것이었다.

그런데, 그 폭군'정원사'께서,

나에게 한 마디 물어보지도 않고 대뜸

"짬뽕 여섯 그릇"을 시키는게 아닌가!!!






그런데 더 놀라운건,

이 짬뽕, 전혀 맵지 않다.

색깔은 분명 아주 빨갛게, 지옥의 불길처럼 타오르고 있는데,

먹기에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맵고 짜고 얼큰한 짬뽕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입에 맞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필자처럼 매운것을 먹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짬뽕"이라는 음식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는 곳이다.





이곳 짬뽕의 특징은 "해물"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보통 짬뽕에는 해물이 들어가는 것이 기본인데, 이곳의 짬뽕에는 각종 야채, 오징어와 함께 "돼지고기"가 들어간다.

그것도 무척이나 푸짐하게.

그렇게 넣어놓고는, 가격은 4000이란다.

그나마도 이게 오른 가격이다.

그 당시, 동기들과 먹었던 짬뽕의 가격은 2500원이었었다(2007년 3월).





맵지 않은 짬뽕을 무슨 맛으로 먹냐, 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영빈루의 짬뽕은 "맛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사람들이 감히 "대한민국 3대 짬뽕집"이라고 말하겠는가?

고소하고 담백하면서, 느끼하지 않은 신기한 맛의 짬뽕이다.






그리고 탕수육!!

도톰하게 자른 돼지고기를 바삭하게 튀겨서 나온다.

여기는 아무래도 돼지고기를 다루는 자신들만의 방법이 있는 듯하다.

돼지 비린내를 어떻게 제거했는지, 배워보고 싶었다.






탕수육 소스는 이렇게 단순하게 나온다.

너무 단촐해서 멍~한 느낌이지만,

솔직히 먹지도 않을 각종 채소를 둥둥 띄워놓는것 보다는 차라리 낫지 싶은 생각도 들었다.






탕수육에 소스 투척!!!






간장에 식초 약간을 넣고 고추가루를 듬뿍 넣은 장에 찍어 먹으면, 참 맛있다.





영빈루는 참 '맛있고 독특한' 중국음식집이다.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5년만에 가 본 영빈루는 추억의 향기가 묻어났지만,

예전의 두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의 맛있는 느낌은 느낄 수 없었다.

분명 여전히 맛있는 집이지만,

5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5년 전 음식을 먹고 나서 느껴졌던

일종의 감동과도 같은 그 기분을 다시 느낄 수는 없었다.

그게, 음식이 변한 것인지,

아니면 내가 변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더랬다.



아직 가보지 못한 분이 계시다면, 한 번쯤 "이런 짬뽕"도 맛보는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2012년 1월 14일

Photo by Tamuz





Sony A55, 16-80mm DX 3.5-4.5 ZA
@송탄, 영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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