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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여행이야기/유럽-독일

[유럽 여행]독일(뮌헨)-다하우 수용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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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i-photo.tistory.com/215

위 링크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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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내부에 들어서자 음침하고 건조한 기운이 감돌았다.

어디선가 케케묵은 짙은 먼지가 피어올랐고, 오래된 나무 냄새가 났다.

차가운 공기를 달래듯 창을 통해 햇살이 비춰오고 있었지만,

구석 구석의 빛이 닿지 않는 어둠 속에서 겨울의 한기가 스멀스멀 건물 안에 퍼져 나가고 있었다.


건물 내부에는 수 많은 전시품들이 비치되어 있었다.

죽은 수감자의 얼굴을 뜬 조각이라든지, 그 당시의 포스터나 홍보전단,

홀로코스트의 아픔을 상징하는 조각품, 당시의 기록 사진 등

그 끔찍하고 아픈 역사를 느끼기에 충분할 정도의 자료들이 넘쳐났다.


수용시설은 열악했다.

닭장을 연상케 하는 나무침대들과 화장실 시설 등 아마도 유럽인들이 보기에는 끔찍한 시설이었을 것이다.

...대한민국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사람에 한해서...



...이 부분에서 정말 많이 슬펐다.

나는 분명 2005년에 입대를 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 나무 침대가 너무 부러웠다.

군대 생활 2년 3개월동안 침대는 커녕 다 헤진 모포와 냄새나는 이불로 견뎠었다.

메트리스에서는 곰팡이가 피어 처음에 몇 번을 빨고 말리고를 반복해서 겨우 쓸만하게 만들었었다.

지금이야 무척 많이 좋아졌을 것이 분명하지만,

그래도 이 부분에서는 좀 씁쓸했다. 몇십년 전의 그 끔찍하고 지옥같은 홀로코스트의 산실에서도

적어도 수감자들에게 침대는 주었다.

대한민국 군대에 조금쯤은 더 지원해줘도 되지 않을까? 좀 더 신경써주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이 여행을 떠났던 때가 군대를 제대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을 때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홀로코스트를 겪은 사람들의 아픔이 묻어나는 수감시설을 돌아보다가

당시의 수감자들이 입었던 수복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 창문으로 독일 장교들의 모습이 보였다.

임관하기 전에 교육을 받고있는 생도들로서,

다시는 이런 반인륜적인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군 교육 차원에서 이 곳을 들른 것이라고 했다.

이런 모습은

일본도, 그리고 우리나라나 미국도 본받아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 당시의 피해자였던 이스라엘 또한 마찬가지다.

제2차 세계대전과 식민지 정책을 통해 수 많은 국가들을 고통과 공포로 밀어넣었던 일본

수 많은 명분없는 전쟁으로 세계를 누비며 횡포를 일삼는 미국

일본, 미국 못지 않게 잔인하기 이를데 없는 만행을 베트남에서 저지르고 돌아온 대한민국

팔레스타인 인들의 땅을 빼앗고 그 곳의 사람들을 인간 이하의 삶으로 밀어넣고는 뻔뻔하게도

그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있는 이스라엘.

독일의 이런 반성하는 자세를 배워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더랬다.


수용시설을 둘러본 후, 우리는 천천히 수 많은 사람들이 죽임을 당한 가스실로 향했다.


이 곳에 들어선 사람들에게는 샤워시설에서 "물"이 나올 것이냐, 아니면 "가스"가 나올 것이냐에 따라 생사가 갈렸다.

영화 "쉰들러 리스트"에서의 장면이 떠올랐다.

왠지 가슴이 먹먹해져와, 오래 머물지 못하고 빠르게 자리를 떴던 기억이 난다.



수용시설이 있던 건물을 나와 천천히 걸었다. 이제 이 곳에서 볼 곳은 딱 하나만 남아있었다.

가스실에서, 혹은 다른 곳에서 죽은 수감자들의 시체를 태우기 위한 시설.

말이 좋아 화장이지, 단지 이 곳에서 자행되는 수 많은 만행들을 감추기 위한 대형 시체 소각 처리시설일 뿐인,

화장장이 있는 건물로 향했다.

생각이 많아지고 복잡해져 한없이 우울해진 상태로.


화장장은 외딴 곳에 홀로 덩그러니 서있었다.

내부에 들어서기가 조금 꺼려졌다.

지금까지 본 것 만으로도 충분히 기분이 침울하고 우울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이 곳을 그냥 지나치고 돌아가면 훗날 후회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결국 들어가 보았다.


대형 화덕처럼 생긴 이 화장시설은 정말 끊임없이 타올랐다고 한다.

수도 없이 사람을 죽여대는 통에, 이 시설이 여기에서 가장 바쁜 곳이었다고.

그나마도 죽어나가는 속도를 감당하지 못해

이 시설 주변에는 그냥 장작더미를 널어놓듯이

유대인들의 시체가 산처럼 쌓여있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런 곳에서는 갖혀있는 사람도, 가둬놓는 사람도 모두 제정신을 유지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

아마 나라도 어느 한쪽으로 미쳐버리지 않았을까?

기본적인 것들이 무너지면, 인간이 붕괴하는 것은 순식간일테니 말이다.



이 장소를 마지막으로 우리는 홀로코스트의 잔재, 다하우 수용소를 뒤로하고 뮌헨으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내내, 친구와 나는 말을 아꼈던 기억이 있다.

뭔가 머리 한 구석을 얻어맞은 그런 느낌이었다.

너무 많은 생각들이 오갔던,

그리고 독일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 중 하나가 된 다하우 수용소.

인간이 다시는 범해선 안 될,

끔찍한 역사의 한 페이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2008년 1월 3일

Photo by Tamuz






Nikon D50, 18-35mm 3.5-4.5

Minolta Dynax 7xi, 28-80mm 4-5.6

@독일 뮌헨, 다하우 수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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