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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여행이야기/유럽-독일

[유럽 여행]독일-퓌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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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i-photo.tistory.com/217

위 링크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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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거대한 노이슈반슈타인 성의 분위기에 압도당했다.

멀리서는 그저 아기자기한 예쁜 성이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갔었는데, 설마 이렇게 거대한 성일 줄은 몰랐었다.

월트 디즈니가 모델로 삼은 성이라기에 더 귀엽고 예쁜 이미지만 가지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디즈니 이놈...통이 큰 놈이었구나!!

아무튼, 성에 들어서자 점점 더 그 아름다움과 거대함이 느껴졌다.


그렇게 성 여기저기를 구경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아이의 울음섞인 목소리가 들려온다.

뭔가 심통이 난건지, 아빠의 품에서 발버둥 치며 내려오려고 한다.

잠시 보고 있자, 아이는 아빠의 품에서 내려 벽으로 달려가 벽에 머리를 기댄 채 서럽게 운다.


아이 엄마의 말로는, 아이가 새벽부터 일어나 잠을 제대로 못자서 투정을 부리는거라고 한다.

미국에서 온 이 부부는 아이에게 좋은 구경을 시켜주기 위해 유럽에 왔다는데,

아이가 자랐을 때 잘 기억을 하고 있을지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다.

아이는 부모의 그런 사랑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마냥 투정을 부릴 뿐이었는데...


아이의 부모에게 양해를 구해 사진을 찍었다.

아이의 잔뜩 심통이 나있는 얼굴이 너무나 귀여웠다.

언젠가 이 아이가 부모님의 이런 사랑을 깨닫는 날이 올까?

내가 어렸을 적에도 부모님께 이런 식으로 사랑을 받았겠지?

이런 저런 생각에 가슴이 훈훈해지는 순간이었다.


멀리 마리엔 다리가 보였다.

아쉽지만 거기까지 가지는 못했다.

다시 뮌헨으로 돌아갈 기차 시간을 생각해보면, 도무지 시간이 맞질 않았다.

결국 멀리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저 다리 위에서 이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싶다는 생각을 하며 발길을 돌렸다.


성을 내려가는 길에 레스토랑에서 점심과 간식을 먹었다.

피자는 사실 맛있긴 했지만 아주 인상적일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 간식은 정말로 끝내줬다.

담백한 튀김 안에는 말랑말랑하고 구수한 옥수수와 밀가루 반죽 튀김의 맛이 났고, 바삭바삭한 튀김 위로 달콤한 분말이 첫맛을

끌어주었다.

지금도 잊지 못하는 독일에서 먹은 최고의 간식 중 하나였다. 이름을 들었었는데, 그걸 적어놓은 노트를 잃어 아쉽게도

이름을 잊어버렸다.

언젠가 이걸 다시 먹을 수 있을까?


성을 내려올 때는 걸어서 내려왔다.

찬찬히 걷다보니 멀리서 호헨슈방가우 성이 눈에 들어왔다.

친구와 나는 저것을 보며 "성이다" "호텔이다" 하며 옥신각신 하다,

결국 성임이 밝혀지며 나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멀리서 본 외관으로만 본다면, 우리나라의 어느 지방 모텔촌에 있는 러브모텔들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았다.

......슬픈 현실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산을 내려와 열차 시간이 조금 여유가 있음을 보고

근처에 보이던 호숫가로 향했다.


이 호수는 마치 영화 "킹 아더"에 나오는 얼어붙은 호숫가의 전투씬을 연상케 했다.

정말 단단하게 얼어붙은 호수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는 것이,

썰매라도 끌고 끝가지 달려보고 싶게 만들었다.

그렇게 호수를 구경하다 다시 뮌헨역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뮌헨 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며 한국의 부모님, 형제, 친구들에게 엽서를 썼다.


동화속의 아름다운 마을, 퓌센.

하루쯤 여유있게 시간을 잡아 놀러오기에 참 좋은 여행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 호수, 산, 그리고 마을이 있는 중세의 환타지 세계같은,

세상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나온 것만 같은 곳.

꼭 용이라도 한 마리 나타날 것만 같은 퓌센.

밑으로는 흑백 필름으로 담아본 퓌센의 풍경이다.


언젠가 시간과 공간을 건너 현실로부터 도망가고싶어질 때

다시 한 번 찾아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2008년 1월 4일

Photo by Tamuz





Nikon D50, 18-35mm 3.5-4.5

Minolta Dynax 7xi, 28-80mm 4-5.6

@독일, 퓌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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