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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여행이야기/유럽-스위스

[유럽 여행]스위스-융프라우요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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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융프라우요흐(1)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http://i-photo.tistory.com/179


2편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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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올라간 융프라우요흐.

도착해서 멋도모르고 급하게 걷다가 순간 고산병으로 쓰러질뻔도 했다.

고도가 높아 산소가 부족하고 기압이 낮아

혈압이 쉽게 상승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는 친구의 설명.

정말로 몇 안되는 계단을 걷는 동안

정말 숨이 차오르고 다리에 평소보다 훨씬 더 힘이 많이 들어감을 느꼈다.

나름 운동도 열심히 해서 보통 사람들보다 체력도 좋은 편이라고 자부했건만...

여기서는 부끄러운 저질 체력이 되어버림을 느꼈다.



열차 플랫폼에서 건물 내부로 연결되는 통로는 일명 "얼음궁전"이라 불리는

얼음 조각들의 전시장이었다.

이글루와 같은 효과 때문에 춥지 않다는 안내 책자의 말에도 불구하고

나와 친구는 무척이나 추워했다.

아마 그 춥지 않다는 기준은 에스키모들에게 적용되는 것인 듯 하다.


얼음궁전을 통과하여 건물 내부로 들어오자 따듯한 공기와 계단들이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층으로 따지면 약 2~3층 사이 정도의 높이를 오르는 동안

정말 3번은 쉬어 갔던 것 같다.

고산병때문에 코피를 쏟는 사람도 있고, 쓰러지는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융프라우의 안내도를 보면서, 일단 체크포인트 1번을 가자고 친구와 말을 맞췄다.

올라올 때 보았던 무시무시한 눈보라에 겁을 먹은 것도 있었고,

이보다 더 높은 곳에 올라가면 정말 코피를 쏟을지도 모르겠다는 부담감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오랜 여행으로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어서 몸을 사리고픈 생각이 더 컸던 것 같다.



어쨌든...

건물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곳에는

영하 20도에 폭풍과도 맞먹는 눈보라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 시야거리가 5미터정도밖에 안되는 눈보라 속에서

그래도 융프라우에 왔노라고 이 곳의 눈을 밟고 싶었다.

억지로 억지로 걸어가려고 하는데,

바람때문에 몸이 기우뚱 기울기를 수십번.

거의 태풍 수준의 바람과 영하 20도를 밑도는 기온에

친구와 나의 고어텍스 방한자켓마저 5분을 견디지 못하고 하얗게 서리가 낀 채 얼어버렸고

청바지 속의 다리는 따갑고 쓰리더니 점점 감각이 없어지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놀러온게 아니라 생존싸움이겠다 싶어 10분 정도 되었을 즈음,

그냥 포기하고 다시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알프스 정상에서보는 풍경이 고작 눈보라라니,

슬프고 안타깝다는 말로는 다 표현을 할 수 없는 마음이었다.



그런 우리의 기분을 달래주었던 건

다름아닌 고향의 맛,

신라면!!!

원래 신라면은 한국에서 쳐다도 보지 않는 음식인데,

산악열차 티켓을 보여주면 공짜로 신라면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티켓을 내밀며 라면을 구걸해 먹은 우리는

보름만에 맛보는 한국의 맛에 눈물을 흘릴 지경으로 기뻐했었다.

그리고 누군가 말하지 않았던가?

산에서 먹는 음식은 특히 더 맛있다고.

(이렇게 찍어놓고 나니, 이 친구가 꼭 라면 광고 모델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이지 신라면의 재발견이었다.

고향의 맛도 맛이지만, 이런 곳에서 한국 음식을 만날 수 있을 만큼 한국 음식이 퍼져가고 있다는 것에서도 기쁨을 느꼈다.

장하다 대한민국!!:-)



라면을 먹고, 주변을 둘러보자 잡화점이 눈에 들어왔다.

모자, 가방, 시계, 엽서, 나이프 등 각종 잡화를 파는 곳이었는데, 제법 예쁜 물건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엽서 두어 장을 사, 친구에게 보내는 짧은 글을 남겼다. 여기서 쓴 엽서는

후에 인터라켄에 내려가 부쳤다.



밤에 스위스를 떠나 체코로 향하는 열차를 타야 했기에

날씨가 개일 때 까지 기다릴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채 산악열차에 다시 몸을 실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한번 꼭 돌아와

맑게 개인 융프라우요흐 정상에서

스위스를 내려다 보리라 하고 마음먹었더랬다.


그리고 무슨 이유에선지,

그 바램은 약 2년 후에 이루어졌다.

2009년 12월, 이때와는 다른 마음,

그리고 다른 생각을 가지고

그렇게 다시 융프라우요흐를 만났다.


하지만 이 당시에는 알지 못했었다.

언젠가 다시 정말로 오게 될 줄은 말이다.

삶이란 그렇다.

언제 어떻게, 어디로 가게 될 지 알 수 없다.

혹시 아는가? 다시 2년 쯤 후,

또 달라진 모습으로

다시 이 곳에 서게 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인생 자체가 그래서 예측할 수 없는 여행이다.

그걸 융프라우요흐에서 배웠다.

3년에 걸쳐.

혹은 앞으로도.




2008년 1월 10일

Photo by Tamuz



Nikon D50, 18-35mm 3.5-4.5

@스위스, 융프라우요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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