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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프레소 엑스퍼트 4년 사용후기> ...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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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프레소 머신을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던 것은 대학원에 다니던 때였다. 학비와 생활비를 모두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세 개씩 하면서 생활을 하던 무렵, 커피는 내게 피로를 잊게 해줄 필수품이자 둘도 없는 사치품이기도 했다. 메가커피, 빽다방과 같은 저렴한 가격의 커피 브랜드가 보급되기 전이었던 그 때의 대학원생에게 커피는 애증 섞인 존재일 수 밖에 없었다. 

 

거의 매일 밤을 지세우는 남자친구가 안타까워 보였는지, 당시 여자친구였던 아내가 생일 선물로 네스프레소 머신 U50을 선물해주었다. 커피 한 잔에 4,000원이 당연히 넘던 때에 800원 짜리 캡슐 하나로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사실에 감격했던 것이 떠오른다.(지금은 캡슐 가격이 더 저렴해졌고, 더 많은 호환 캡슐이 나와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그 시절 이후로 쭉 선물 받은 네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하다가, 결혼 후 낡아서 자꾸만 고장나는 U50을 놓아주면서 새롭게 들여온 커피 머신이 있었다. 바로 ‘네스프레소 엑스퍼트’가 그 주인공이다. 

 

이제 이 머신을 사용한지도 4년이 지났고, 다른 머신들과는 달리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머신이 한국에서는 단종되어 이제는 판매하지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여전히 해외 직구로 이 머신을 구매할 수 있고, 다른 머신과는 다른 고유의 매력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4년 간 네스프레소 엑스퍼트를 사용하며 느꼈던 장점과 단점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네스프레소 엑스퍼트의 장점]

 

1. 넓은 캡슐 트레이와 넉넉한 물탱크 용량

엑스퍼트의 가장 큰 장점은 단연코 넓은 캡슐 트레이다. 현재 판매하는 머신 중 가장 큰 트레이도 11개를 넘기지 않는다. 반면에 엑스퍼트는 최대 14개 까지 적재가 가능한 모델이다. 지금까지 네스프레소에서 출시된 모델 중 이 모델을 넘어서는 캡슐 트레이는 없었고, 아마 앞으로도 나오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물탱크 용량도 1리터로 현행 판매되는 모델들 중 최상급에 속한다. 물을 채우고 캡슐 트레이를 비우는 번거로운 작업을 다른 모델에 비해 현저하게 적게 해도 충분히 편안하게 이용 가능하다는 것이 이 모델의 가장 큰 장점이다. 

 

 

2. 에스프레소 / 물 추출 노즐의 분리

엑스퍼트는 에스프레소가 나오는 노즐과 뜨거운 물이 나오는 노즐이 분리되어 있다. 다른 모델들의 경우 물 양을 늘릴 경우 뜨거운 물이 계속 캡슐을 거쳐 나오기 때문에 커피 맛에 안좋은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엑스퍼트는 두 노즐이 분리되어 있어 원두를 거치지 않은 뜨거운 물만 따로 추출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물의 양 조절이 원두의 잡맛을 만들어내지도 않는다. 

 

3. 5단계 추출 모드와 편리한 커스터마이징

네스프레소는 모델에 따라 추출할 수 있는 추출 모드가 달라진다. 작은 모델들의 경우 에스프레소와 룽고를, 좀 더 큰 모델의 경우 리스트레토, 에스프레소, 룽고로 총 3가지 추출 모드 정도이다. 하지만 엑스퍼트의 경우 총 다섯 가지 추출모드를 가지고 있다. 리스트레토, 에스프레소, 룽고, 아메리카노, 물. 게다가 엑스퍼트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머신에 접속해 추출 모드에 따른 커피 원액의 양과 물의 양을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으며 물온도 다이얼을 통해 상황에 따라 세 가지 다른 온도의 커피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이렇게 다양한 추출 모드를 가지고 있었던 네스프레소 머신은 엑스퍼트가 유일하며 현재로서는 이 정도로 다양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머신도 엑스퍼트 뿐이다. 

 

4. 가격 메리트

과거에는 엑스퍼트가 최상위급 모델로 국내에서 가장 비싼 네스프레소 머신이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엑스퍼트가 단종된 이후 다른 다양한 머신들이 등장하면서, 오히려 직구 제품으로서 엑스퍼트가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되었다. 당시에는 5, 60 만 원대에 판매되었던 엑스퍼트는 2021년 3월 현재 직구로 20만원대 중반에서 후반대에 구할 수 있다.

 

 

5. 디자인

디자인은 개인 취향이라고 하지만, 엑스퍼트는 확실히 다른 네스프레소 머신들과는 다른 디자인 특성을 갖는다. 대부분의 네스프레소 머신들은 세로로 긴 형태이다. 반면에 엑스퍼트는 가로로 긴 형태를 갖고 있다. 네스프레소의 얇고 깊은 디자인이 아쉽고, 폭이 넓고 깊이가 짧은 디스플레이를 원했던 사람이라면 엑스퍼트의 디자인은 딱 그에 걸맞는 머신이다.

 

 

 

[네스프레소 엑스퍼트의 단점]

 

여기까지만 본다면 네스프레소 엑스퍼트만큼 좋은 머신을 한국에서 단종시킨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실제로 4년 동안 써본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하자면, 이 모델은 가장 강력했던 장점이 단점으로 이어진 케이스라고도 할 수 있다. 엑스퍼트를 사용하면서 느꼈던 단점은 단 하나였는데, 바로 ‘캡슐 트레이 설계 문제’이다. 조금 더 자세히 풀어 이야기하자면 아래와 같다.

 

1. 캡슐 트레이 손잡이 모양

캡슐 트레이의 손잡이가 매우 불편한 모양으로 되어있다. 딱딱한 플라스틱 재질에 손잡이 자체도 매우 작아 잘 집히지 않는다. 힘을 주고 쥐면 작은 모양 때문에 손가락이 무척 아프다. 평소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이지만, 2번 단점과 함께 문제가 되는 경우가 발생하곤 한다. 

 

간혹 트레이를 빼기 정말 힘들어질 때가 있다

 

2. 캡슐 트레이 내 청소 문제

원래의 설계대로라면 캡슐 트레이가 손잡이 모양의 불편함을 느낄 새도 없이 부드럽게 탈거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 캡슐 트레이에 적재 가능한 캡슐의 숫자가 14개다. 하루에 두 번씩 캡슐을 내려도 일주일 동안 캡슐 트레이를 만질 일이 없는 것이다. 이렇게 일주일 동안 방치된 캡슐트레이 밑으로, 어떤 경로를 통해 찐득한 원액과 커피 찌꺼기가 쌓이곤 했다. 그리고 이런 이물질이 굳으면서 접착제처럼 캡슐트레이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이 문제는 불편한 손잡이 모양과 시너지를 내서 캡슐 트레이를 빼기 정말 어려운 상황을 만들곤 했다. 결국 캡슐트레이 내부 쪽을 일주일에 한 번 물수건으로 닦아주면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이 부분을 잘 청소해줘야 한다

 

[총평]

 

만약 내게 과거로 돌아가 이 모델을 살 것이냐고 묻는다면, 정말 솔직하게 고민해볼 것 같다. 스펙적인 부분에서는 너무도 뛰어나지만 50만 원을 넘게 주면서 이 기기를 사용하는 것에 대단한 메리트를 느끼기 힘들 것 같아서. 게다가 관리적인 측면에서 오히려 기존에 쓰던 U50이 더 나았다. 

 

하지만 오히려 한국에서 이 모델이 단종되고 20만원 중 후반 대에 이 모델을 구할 수 있는 지금이라면, 엑스퍼트는 정말 가성비가 훌륭한 모델이다. 현재 한국에서 정식으로 판매되는 최상위급 모델에서도 이 정도로 다양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모델은 없다. 

 

가성비와는 거리가 멀었던 플래그쉽 급의 머신을 중급 가격 정도로 구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현행 모델에서도 지원하지 않는 기능들이 다양하게 들어가 있는 머신이다. 알고 보면 무척 매력이 있는, 그런 머신이라고 생각한다. 

 

 

*본 콘텐츠는 어떠한 기업의 지원이나 대가 없이 순수하게 개인적 경험과 의견을 토대로 작성된 리뷰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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