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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여행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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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스위스-융프라우요흐(1) 인터라켄에서 하룻밤을 묵은 후, 동 인터라켄 역에서 산악열차를 타고 알프스 산의 정상, 융프라우요흐를 향해 출발했다. 낮은 곳에서부터 출발해, 중간에 약 세 번 정도를 갈아타면서 조금씩 조금씩 알프스산의 정상을 향해 나아갔다. 어느 정도 높은 곳에 다다르자 기압의 영향인지, 기면증 환자처럼 눈꺼풀이 무거워지면서 나도 모르게 잠이 들 것만 같았다. 졸음을 이겨내기 위해 억지로 억지로 눈을 뜨며 창 밖의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산악열차에서 보는 알프스의 설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날씨도 맑아 기분좋게 올라갔지만... 그 당시만 해도, 저 알프스산 꼭대기의 하얀 구름이 뭘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다. 알았더라도 크게 바뀌는건 없었을 테지만... 알프스산을 오르면서 참 신기했던 것은, 마을과 마을 사이로 어른 아..
[유럽 여행]루체른-빙하공원 빈사의 사자상을 짧게 구경한 후, 언덕길을 열심히 올라 걸어서 약 3분 거리에 있는 '빙하공원'에 도착했다. 이른 아침이어서였는지 나와 동행했던 우리 팀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주 느긋하게 죽 둘러보았는데, 솔직히 아주 큰 감흥이 있는 여행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원 초반부에는 거대한 바위에 깊게 뚫린 여러 개의 구멍과, 그 속에 눈사람 몸통처럼 생긴 둥근 돌이 있는 것이 전부였다. 깊게 생각해보면, 수만, 수십만년에 걸쳐 녹아내린 빙하의 물에 의해 이런 거대한 둥근 돌이 생기고, 이 돌이 이렇게 깊고 큰 구멍을 냈다는 것이 신기한 일이기도 했지만 지질학자나 그 분야에 관심이 있지 않은 이상 크게 흥미를 끌만한 것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빙하공원의 코스를 따라 돌면 돌 수록..
[유럽 여행]스위스-빈사의 사자상 루체른의 명물 중 하나 빈사의 사자상. 왜 그렇게 유명한지 알 수 없었으나, 유명한 녀석을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왔다는 것에 만족했던 곳. 하지만 솔직히 이 빈사의 사자상 보다는 이 사자상이 있는 곳에서 걸어서 3분 더 올라가면 있는 빙하공원이 훨씬 더 인상적이었다. 2008년 1월 9일 Photo by Tamuz Nikon D50, 18-35mm 3.5-4.5 @스위스, 루체른
[유럽 여행]파리의 야경-에펠탑 해가 지고, 차가운 겨울 바람이 스쳐가는 센느강의 유람선에 몸을 실었다. 한 겨울의 유람선 외부 갑판에서 두 손을 가을비 맞은 파리마냥 쓱싹쓱싹 비비며, 물을 가르는 뱃소리에 발을 동동 구르며 그렇게 한시간 정도를 센느강 위에 떠내려가는 물거품마냥 둥둥 떠내려갔다. 센느강을 따라 흐르며 구경했던 파리의 야경이란 그리 대단한 것은 없었다. 한강에 비해 매우 비좁아, 이게 정말 강인가? 사실은 양재천이나 청개천보다 조금 더 큰 정도의 물줄기를 가지고 뭐 그리 대단하게 여기나, 하는 생각도 했고 짧고 허름한 각종 유서깊은 다리들을 지나칠때면, 저 정도의 다리들은 유럽 어디서나 쉬이 볼 수 있는 정도지, 하는 마음도 들었더랬다. 하지만 유일하게 시선을 끄는 녀석이 있었으니, 바로 파리의 흉물, 에펠탑. 한때는 ..
[제주도 여행]겨울의 협재 해수욕장(2) 무턱대고 홀로 떠난 제주도 겨울 여행 중 기억에 남는 한 장면중의 하나가 바로 협재 해수욕장이었다. 여름에 들렀을 때에도, 또 그 다음 겨울에 들렀던 이번 기회에도 협재 해수욕장은 궂은 날씨의 한가운데에서 아주 잠깐 구름을 걷고 따듯한 빛내림을 선물해 준 곳이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마치 수줍은 아이가 커튼 뒤에서 살짝 눈만 내어 호기심 어린 눈동자로 주변을 살피는 듯 해서 천진 난만한 그 시절의 순수성을 빛으로 내리는 듯 해서 한참동안을 멍하니 바다만 바라보게 했던 귀중한 시간들. 사람들이 모두 떠난 빈 자리에 홀로 남아 지난 여름을 추억했다. 이제는 지나버린 과거라 여겼는데, 그 과거가 현실로 쌓여가는, 내 인생은 여전한 진행형 이더라. 2011년 1월 16일 Photo by Tamuz Nikon D..
[제주도 여행]겨울의 협재 해수욕장(1) 무턱대고 홀로 떠난 제주도 겨울 여행 중 기억에 남는 한 장면중의 하나가 바로 협재 해수욕장이었다. 여름에 들렀을 때에도, 또 그 다음 겨울에 들렀던 이번 기회에도 협재 해수욕장은 궂은 날씨의 한가운데에서 아주 잠깐 구름을 걷고 따듯한 빛내림을 선물해 준 곳이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마치 수줍은 아이가 커튼 뒤에서 살짝 눈만 내어 호기심 어린 눈동자로 주변을 살피는 듯 해서 천진 난만한 그 시절의 순수성을 빛으로 내리는 듯 해서 한참동안을 멍하니 바다만 바라보게 했던 귀중한 시간들. 사람들이 모두 떠난 빈 자리에 홀로 남아 지난 여름을 추억했다. 이제는 지나버린 과거라 여겼는데, 그 과거가 현실로 쌓여가는, 내 인생은 여전한 진행형 이더라. 2011년 1월 16일 Photo by Tamuz Sigma D..
[유럽 여행]스위스-루체른 호수 취리히에서 열차를 타고 두시간 남짓하여 도착할 수 있는 루체른. 볼거리가 많진 않지만 깔끔하고 정갈한 느낌의 루체른에는 어느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만큼 아름다운 호수가 존재한다. 피어발터슈테터 호수 라고도 불리는 이 "루체른 호수"는 그 크기가 어마어마하여 유럽 대륙 안쪽에 위치한 스위스에게 해군을 창설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다섯개 국가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 호수는 바다와 그 면적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이며, 많은 마을들이 이 호수를 맞대고 있다. 이 호숫가 마을들의 발이 되어주는 것이 "루체른의 명물"인 "증기선". 증기로 가는 배가 버스처럼 반복하여 마을과 마을 사이를 순환한다. 유로패스를 끊은 관광객들은 공짜로 타볼 수 있으며, 두 번의 유럽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유럽 여행]스위스-루체른 호수의 어느 이름모를 마을 루체른에 도착하고, 인터라켄으로 가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남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무런 주저함 없이 친구와 나는 루체른 호수를 일주하는 증기선에 몸을 실었다. 마치 바닷가를 접하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의 장대한 호수를 가로지르며 배를 탄 지 약 30분. 여전히 지평선 너머에는 물과 알프스산 밖에 보이지 않고, 이대로 가면 우리는 빼도박도 못하고 반대편 호숫가까지 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슬슬 두 시간 후에 타야 할 열차 시간의 압박이 느껴졌다. 그래서 그 다음 정거장이 되는 이름 모를 마을에 내렸다. 이름도 모르고, 어떤 특징이 있는 마을인지도 전혀 알 수 없는 마을이었다. 그저 수 많은 호숫가를 접하고 있는 작은 마을들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리고 마을을 일주하는데 약 30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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